KBS 2TV의 드라마 '비밀의 남자'에서 강은탁이 후천적 서번트 증후군으로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도망치던 중 강물에 빠진 강은탁은 구조되어 병원에서 정신을 차리게 되었고, 갑자기 영어를 잘하게 되는 등 이전의 인물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에 의사는 강은탁에게 후천적 서번트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내립니다.
그렇다면 서번트 증후군은 무엇일까요?
서번트 신드롬 Savant syndrome.
서번트 Sanvant는 영단어 사전에서 학자, 석학이라는 뜻으로 검색되며, 프랑스어사전에서는 박식한, 학식이 있는, 조예가 깊은 등의 뜻으로 해석됩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서번트 그대로 번역되어 '전반적으로 정상인보다 지적 능력이 떨어지나 특정 분야에서 비범한 능력을 보이는 사람'이라는 뜻으로도 사용된다는 점입니다.
서번트 신드롬의 정확한 의미는 자폐증이나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이 암산, 기억, 음악, 퍼즐맞추기 등 특정 분야에서 매우 우수한 능력을 발휘하는 현상을 일컫습니다.
정신과 병동에서 30년 동안 일했던 영국의 의학박사 랭든 다운이 처음 사용한 용어로, 1887년 런던의학협회에 서번트 증후군에 해당하는 10명의 사례를 발표한 것이 그 유래입니다.
그는 이들을 이디엇 서번트(idiot savant)라 칭했는데, 이는 낮은 IQ를 가진 석학 혹은 천재를 뜻합니다. 랭든 다운이 발표한 논문의 사례환자들은 수학, 음악, 미술, 기계 등의 특정분야에서 놀라운 천재성과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자폐증, 발달장애, 지적장애 등의 뇌장애를 가졌으나 암기, 계산, 음악, 미술 등의 특정분야에서 놀라운 천재성을 보이는 이들은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 종종 등장하고는 했습니다.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지만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캐릭터는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만들어냅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영화 <레인맨>입니다.
킴 픽이라는 실존인물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미국 전 지역의 우편번호와 전화번호, 역사적 사건들을 정확하게 기억해내는 레이먼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 됩니다. 그러나 그의 IQ는 불과 70이죠. 자폐증이면서 천재성을 가진 남자와 그의 유산을 가로채려는 동생의 이야기는 잔잔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한국영화에는 <말아톤>이 대표주자죠.
주인공 초원이 역을 맡은 조승우가 자폐증 연기를 잘 소화했습니다. 5살의 지능을 가졌으나 달리기에는 소질을 보였던 남자의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서번트 증후군 Savant syndrome의 뜻은 알겠는데, 후천적 서번트 증후군은 무엇일까요?
후천적 서번트 증후군은 정상인이 평범한 일생을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발생한 사고로 인해 뇌 기능 장애를 겪으며 천재성을 가지게 되는 것을 뜻합니다. 이 특별한 이야기는 역시나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 자주 사용되죠. 그러나 실제로 존재하는 일입니다.
1. 제이슨 파젯
술집에서 2인조 괴한에게 공격을 받고 뇌진탕을 겪은 후, 모든 사물이 기하학적으로 보이는 수학적 재능을 얻게된 제이슨 파젯. 제이슨은 사고 이전까지는 고등학교 중퇴의 학력으로 미적분 조차 모르는 인물이었으나, 사고 이후 대학에 들어가 수학연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2. 로리 커티스
축구선수였던 로리 커티스는 운전 중 트럭과 정면충돌하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이 사고로 그는 심각한 뇌손상을 입고 코마 상태에 빠진지 6일만에 기적적으로 눈을 뜨게 되죠. 그리고는 아주 어릴적 잠깐 배운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후천적 서번트 증후군의 특징은 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친 후 천재적인 능력을 갖게 된다는 점인데, 서번트 증후군과 다르게 자폐증 증상이 없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손상된 뇌를 복구하기 위해 다른부분의 피질들이 모여 조직을 다시 만들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뇌 속에 감춰져 있던 잠재력이 발현되는 것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