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8일, 차가운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24절기 중 한로(寒露)입니다.
한로는 추분과 상강 사이에 들며, 태양 황경이 195도에 달한 시점으로 한로점을 통과하는 때 입니다. 이는 양력 10월 8일, 음력으로는 9월 무렵입니다.
절기란 태양의 황도상 위치에 따라 계절을 구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한 해를 스물넷으로 나눈 계절의 표준입니다. 여기서 태양의 황도란 지구의 공전으로 나타나는 천구에서의 태양 겉보기 운동 경도를 말합니다.
즉, 지구가 태양주위를 공전하기 때문에 지구에서 볼 수 있는 태양이 하늘을 1년에 걸쳐 이동하는 경로를 황도라고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황경은 태양이 춘분점과 이루는 각도입니다. 농사가 중요했던 옛날에는 24절기를 농사에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한로는 무슨 뜻일까?
한로(寒露)
寒 : 가을 추
1. 차다, 춥다
2. 떨다
3. 오싹하다
4. 해, 1년
5. 어렵다
露 : 이슬 로
1. 이슬
2. 진액
3. 좋은 술
4. 허무함의 비유
5. 보잘것 없음의 비유
한로의 한자 뜻을 그대로 풀면 '차가운 이슬', 또는 '추운 이슬'이 됩니다.
한로를 넘어서면 아침, 저녁으로 찬 이슬이 맺히고 기온이 뚝 떨어져 추위가 시작됩니다. 서리가 내리기 직전인 한로는 가을 단풍이 짙어지고 국화가 노랗게 피어납니다.
"한로가 지나면 제비도 강남간다"
여름새인 제비는 추워지기전에 따뜻한 지역으로 이동합니다. 한로가 흔히 보이던 제비가 추워진 날씨탓에 보이지 않는 다는 말이죠.
한로 즈음에는 차가운 이슬이 맺히기 때문에 기온이 더 내려가기 전에 추수를 끝내야 했습니다. 따라서 예로부터 농촌에서는 오곡백과를 수확하기 위해 분주한 때였습니다.
가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단풍이 짙어지고, 제비와 같은 여름새와 기러기와 같은 겨울새가 교체되는 시기입니다.
또한 한로 즈음에는 '중양절'이라고 부리는 풍습이 있었는데요, 한로가 드는 시기와 비슷한 때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중양절 풍속은 머리에 수유를 꽂거나, 높은 곳에 올라가 고향을 바라보기도 합니다. 높은 산에 올라 머리에 수유를 꽂으면 잡귀를 쫓을 수 있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중양절은 본래 중국에서 유래한 명절로, 음력 9월 9일 한족의 전통 절일입니다. 중국에서는 한나라 이래 오랜 역사를 가지며, 당송 대에는 추석보다도 더 큰 명절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중국에서 내려오는 전설에 의하면 한 도인이 항경이라는 학생에게 '9월 9일, 큰 난리를 겪게 될 것이니 집으로 돌아가 집사람들과 함께 수유를 담은 배낭을 메고 높은 산에 올라 국화주를 마시면 재난을 면할 것이다.' 라고 한 것이 중양절의 유래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신라 이래로 군신들의 연례 모임이 개최된 날이 중양절입니다. 특히 고려 때에는 국가적인 향연이 벌어지기도 했으며, 조선 세종 때에는 특별히 과거시험을 실시하여 이 날을 기리기도 했습니다. 또한 제사, 성묘, 등고 또는 각종 모임이 있었기에 관리들에게 휴가를 허락하기도 하였습니다.
한로와 상강 시기, 예로부터 추어탕을 즐겨먹었다고 합니다. 쌀쌀해진 날씨에 몸이 따뜻해지고, 원기회복에 탁월한 추어탕은 늦가을에 즐기기에 제격이었다고 합니다.
뿐만아니라 섬유질이 풍부한 가을 제철인 고구마,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위를 편안하게 해주는 대추가 대표적인 한로의 음식이라고 합니다.
찬 기운이 만연한 이 때에는 잘 여문 오곡백과가 가득합니다. 특히 건강한 식재료인 무, 녹두, 사과, 박, 홍합, 고등어가 특히 제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