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코노스 섬으로 이동하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났다.
페리를 미리 예매할 수 있었으나, 현장구매도 가능하고 또한 비수기였기 때문에 무리없이 표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예매를 하지 않아서 너무 편하게 잠이 든 탓일까...
늦잠을 자고 말았다.
황급히 짐을 챙겨 지하철을 탔다. 미코노스섬을 포함해 크레타, 산토리니 등 그리스의 다양한 섬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아테네 피레우스 항구로 가면 된다.
피레우스는 그리스의 남동부에 위차하는 항구도시로써 아테네 수도권지역에 포함된다. 우리나라로 치면 인천 정도?
그리스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중심지이며, 지중해 3대 항구 중 하나이다. 기원전 5세기 초, 소대 아테네의 무역을 전담하는 항구도시로서 큰 발전을 이루었다. 19세기 아테네가 그리스의 수도가 되면서 오늘날까지 대규모 해양산업과 무역, 상업이 발단한 대형 항구도시가 되었다. 연 2천만여명의 승객들이 이 항구를 이용하여 전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규모라고 한다.
그리스 본토와 가까운 거리의 섬으로 향하는 페리는 한 낮에도 많으나, 미코노스와 크레타 등 먼 거리의 섬으로 가기 위해서는 오전 7시 또는 늦은 저녁의 페리를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늦잠을 잔 덕분에 보기 좋게 미코노스행 페리를 놓치고 말았다.
이른 아침 피레우스 항구에서 멍하니 앉아 다른 방법을 모색했다. 내가 세운 다른 방법은 저녁 9시에 크레타로 떠나는 페리를 타고 크레타 - 산토리니 - 미코노스 순으로 도는 것.
항구 주변에는 수 많은 여행사가 있기 때문에 아무데나 들어가서 티켓을 구매하면 된다.
이제 문제는 12시간 이상 남은 시간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
나는 고대 도시 코린트의 유적지를 갔다 오기로 했다.
피레우스 항구에서 지하철을 타고 왕복 4시간이면 족하니까 나쁘지 않은 선택.
그 전에 10키로가 넘는 배낭을 처리해야했다.
그래서 근처 호텔에 쳐들어갔다. 리셉션에서 짐을 좀 맡아달라고 부탁하니 5유로만 달라고 한다.
5유로에 짐덩어리를 덜고 여행을 즐길 수 있으니 괜찮은 딜이다. 사실 멍청하게 페리를 놓치지 않았다면 지불하지 않아도 될 비용이긴 하지만..아침에 체크아웃했던 호스텔로 다시 돌아갈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동선이 많이 복잡해지므로 5유로를 지출하기로 했다.
지하철을 타고 코린트로 가기 위해서는 환승을 한번 해야 한다. 피레우스 항구에서 1호선을 타고 Neratziotissa라는 역에서 환승해야 하지만, 나는 한 정거장을 더 가서 내리고 말았다.
지하철을 잘못 내렸지만 새로운 풍경을 만났다. 아마도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쇼핑거리인 듯.
아테네 시내와 비교해 상당히 깔끔하고 좋았다. 외국인이나 관광객도 보이지 않았고, 무엇보다 사람들은 나를 신기한 눈으로 쳐다봤다.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수도권 외곽의 번화가 인듯했다. 분당정도..?
지하철 한 정거장 쯤이야 걸어서 가보기로 했다. 그리스인들이 사는 일반적인 풍경인가 보다. 날씨가 무척 좋았고 평화로워 보이는 분위기였다.
시장도 열리는 것 같았다. 수 많은 과일을 내다 놓고 팔고 있었는데, 저렴하고 신선해보였다. 유럽은 과일가격이 상당히 저렴하다. 우리나라는 어째서 이렇게 비싼걸까
마침내 환승에 성공하여 도착한 코린트역!!
인줄 알았으나.. 또 잘못 내림...
다시봐도 휑하기 그지없는 이름 모를 역.. 여기에다 역은 왜 만들어놨는지 당최 의문이다. 역세권은 발달하기 마련인데 여기는 지하철역을 빠져나오면 정말이지 아무것도 없다.
사실 코린트역도 휑하긴 마찬가지였다. 목이 말라서 물한병 사먹으려고 했는데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 대신에 길게 늘어선 택시줄만 보인다.
심지어 코린트 유적지로 가는 버스도 없는 상황..
어쩔수 없이 택시를 탔다.
코린트역에서 유적지까지는 고정 가격이다. 편도 10유로. 하지만 아마도 바가지를 쓴 것이겠지.
우여곡절 끝에 오후 2시 넘어서 코린트에 도착했다.
이 시간에는 관광객이 많이 없어 한산하다고 택시기사가 말했다.
고대 도시 코린트는 코린토스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져있다.
고대 코린트는 지리적인 위치때문에 상공업과 무역으로 부를 축적했다고 한다. 특히 그리스의 남과 북을 관통하는 육상교통의 요지인 동시에 이아니아해와 에게해를 잇는 해상교통의 요지였다. 이러한 이점으로 상업, 무역으로 크게 번영한 코린트는 그리스의 여러 폴리스가 쇠퇴한 헬레니즘 시대에도 상업도시로서 헬라스의 별이라고 일컬어졌다.
오늘날에는 남아 있는게 거의 없었으나, 아폴론 신전의 기둥 몇개만이 남아서 옛날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멀리 돌산 위에 아크로코린토스 아크로폴리스가 보인다. 고대코린토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물 중 하나라고 하는데, 수많은 매춘부들이 고용되었던 아프로디테 신전이다.
고대 그리스의 자취를 느끼고는 다시 크레타섬으로 가는 페리를 타러 피레우스 항으로 돌아갔다.
올 때 이미 여러번 길을 헤맸으므로, 돌아가는 길은 수월했다.
피레우스 항구에 도착하니 이미 노을이 지고 있었다.
성수기일 경우 페리 티켓을 인터넷으로 미리 예매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리스의 페리 티켓은 아래 링크에서 예매할 수 있다.
http://www.openseas.gr/
www.openseas.gr
야간 페리는 몸집이 엄청났다. 내 페리 티켓은 가장 저렴한 등급이었으므로 정해진 좌석이 없이 라운지의 아무 빈자리나 앉아서 가면 됐다.
나는 페리뿐만 아니라 배를 처음 타보는 것이었다. 거의 떠다니는 호텔수준으로 잘 마련된 라운지와 리셉션은 사람들이 왜 크루즈 여행을 떠나는지 짐잘할 수 있었다.
객실을 배정받고 편안하게 여행을 즐길 수도 있을 것이나, 가난한 배낭여행자는 밤새도록 불편한 의자에 앉아서 가야한다.
그런데 페리내부를 돌아다니면 복도 구석진 곳에 이부자리를 깔고 누워있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다.
나도 침낭을 꺼내들고 적당한 자리를 찾아 몸을 눕혔다.
페리의 갑판으로 나오면 시원한 바람과 경치를 구경할 수 있다. 바닷바람이 많이 불어서 찐득한 느낌을 받아 불쾌할 순 있는데, 그래도 안에 있으면 갑갑하니 바람을 쏘여 주어야 했다.
땅거미가 내리고 페리는 굉음을 내며 출항했다. 출항하는 페리에 몸을 싣고, 피레우스 야경을 바라보는 것도 멋진 일이었다.
멀어지는 그리스본토를 뒤로 하고 에게해의 섬으로 향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