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읽다 보면 우리말이 참 어렵다고 느껴집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말은 어렵지 않지만 말을 일부러 어렵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권력층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선시대 기득권 세력이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자신들만의 특별한 능력이라 여겼다면, 오늘날에도 그런 세력이 존재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법률과 정치용어가 바로 그 주인공이죠. 분명히 쉽게, 모두가 다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바꾸어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려는 것인지 일반인들은 한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어휘를 선택하고는 합니다.
'재가'라는 말이 그렇습니다.
재가의 뜻에 대해 알아봅시다.
재가 裁可
1. 안건을 결재하여 허가함.
2. 왕이 직접 안건에 어새를 찍고 결재하여 허가하던 일.
국어사전에서 재가는 위와 같은 뜻을 지닙니다. 대통령제의 민주주의 사회인 대한민국에서 아직 왕정시대의 어휘를 사용하고 있네요. 물론 재가의 그 유래가 조선시대로 부터 내려온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재가의 한문을 뜯어봅시다
裁 : 마를 재
1. 마르다(치수에 맞게 자르다)
2. (옷을) 만들다
3. (글을) 짓다
4. 교육하다
5. 결단하다, 결정하다
6. 분별하다, 식별하다
可 : 옳을 가, 오랑캐 임금 이름 극
1. 옳다
2. 허락하다
3. 듣다, 들어주다
4. 쯤, 정도
5. 가히
재가를 한자 뜻 그대로 풀면 '결단하여 허락하다', 또는 '옳은 것을 분별하다' 정도가 되겠네요.
재가를 영어로 번역하자면 Sanction, 또는 Approval 정도가 됩니다.
즉, 재가란 아랫사람의 안건을 결정권자가 결정하여 허락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같은 일반서민들은 '결재'라고 하면 바로 알아듣습니다. 회사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이니까요.
재가라는 말은 단지 정치권에서 그들만의 어휘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대통령 재가, 대통령 결재 모두 같은 뜻입니다.
회사에서 볼 수 있는 '결재를 바랍니다' 서류철, 대통령한테 올릴 때는 재가 바랍니다 라고 올리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