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경로(6. 9)
전날 급하게 잡은 숙소를 떠나 뉴델리 여행자의 거리인 빠하르간지로 이동하기로 했다. 사실 사우스델리의 숙소는 깔끔하고 좋긴 했지만, 주변에 여행자들을 위한 그 어떤 것이 없다. 하지만 현지인들의 문화와 분위기를 느끼기엔 최고였다. 그래도 나는 먹는 것 때문에 탈이 나서 여행을 망치기 싫었기 때문에...여행자들의 거리로 이동을 결정했다.
무거운 짐을 들고도 역시나 델리 시내버스를 이용했다. 한번 타면 빠져나올수 없는 매력이랄까.
나는 삼성 갤럭시 휴대전화는 와이파이가 없더라도 GPS를 활용하여 자신의 위치를 표시해준다.(아이폰은 사용불가인 것 같다)
때문에 와이파이가 잡히는 숙소에서 구글맵으로 길찾기를 하고, 오프라인 경로 저장을 하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지금부터는 델리 시내버스 이용시 참고사항을 소개한다.
1. 티켓구매는 뒷문 바로 앞이나, 뒤에 앉은 사람에게 하면된다.
티켓판매원은 휴대용 영수증발행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버스에 올라타서 미리 저장한 경로의 목적지를 보여주면 판매원은 얼마를 내면된다고 이야기해준다.(10루피를 넘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2. 영수증은 티켓이다. 절대 버리면 안된다.
목적지에 당도해서 버스를 내리면 옆가방을 멘 사람이 접근해서 티켓을 보여달라고 한다. 아마도 버스회사 관리자(?)같은 사람인 것 같다. 물론 모든 정류장에 관리자들이 있는 건 아니다. 랜덤이기 때문에 버스티켓을 내릴때까지 꼭 소지하고 있어야한다.
3. 버스에는 지정좌석이 있다.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빈자리에 막 앉았다가 어떤 남자가 화를 내면서 비키라고 한적이 있다. 그러더니 자신의 아내를 앉히더라는... 황당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여성전용 좌석과 교통약자 좌석, 공무원들의 좌석이 따로 있었다. 어디 표기되어 있냐면 버스 천장에 표기되어 있다..
잘 보이지도 않는 곳에 써두니 못 찾지.. 사지 멀쩡한 남자라면 뒷문의 뒤편 어느곳에나 앉으면 자리를 빼앗길 일은 없다
델리의 버스는 정이 넘친다. 외국인에게 관심을 보이며 말을 거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델리에 사기꾼이 많다고 조심하는 건 좋지만 버스안에서는 조금 마음을 놓아도 될 것 같다. 현지버스를 이용하면 목적지에 당도하면 내리라고 알려주고, 내 짐을 대신 들어주기도하고, 티켓을 대신 끊어주기도 하는 인도인의 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도착한 여행자의 거리. 이전 호스텔이 있던 거리의 분위기와는 완전 딴판이다. 나는 여기서 부터 본격적인 삐끼질과 사기성 호의를 겪어야했다..인도의 삐끼는 악명높기로 유명하니 여행자들은 주의를 기울여야한다.
옮겨온 숙소는 훨씬 만족스러웠고, 타지마할을 볼 요량으로 아그라행 버스티켓을 알아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 그동안의 경험으로 호스텔에서 예약하는 건 조금 비싸다. 밖으로 나가서 발품을 팔아보니, 호스텔보다 150루피 저렴한 가격에 투어버스를 예매할 수 있었다.
또한 모자란 인도돈을 보충하기 위한 환전소도 여럿 있었는데, 델리의 환전 시스템은 조금 특이하다.
100달러 이하의 금액은 기본 환율에서 300루피의 수수료를 가져간다. 수수료가 비율로 정해진게 아니라.. 정수로 정해 놓다 보니 적은 금액을 조금씩 환전하면 손해가 크다. 차라리 100달러 단위로 환전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게 볼일을 다 보고는 레드포트를 구경하러 나섰다.
역시나 시내버스를 이용했다.
입구에서부터 웅장함을 자랑한다. 무굴제국의 찬란한 요새인 레드포트는 인도 무굴 제국의 제5대 황제 샤자한(Shah Jahan)의 새로운 수도 샤자하나바드(Shahjahanabad)의 궁전 요새로 건립되었다. 1등급 붉은 사암으로 쌓아올린 높은 성벽 때문에 현지어로는 ‘붉은 성’을 뜻하는 랄 낄라(Lal Qila)라고도 불린다.
레드포트 출입문 맞은편에 티켓박스가 있다. 티켓부스 또한 여성용, 내국인, 외국인 전용부스가 나뉘어있다. 역시 외국인은 500루피를 지불해야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비싸다.
구매한 티켓을 들고 들어가면 보안검색대를 지난다.
기념품 상점이 즐비한 입구를 따라 들어가면, 레드포트의 내성을 구경할 수 있다.
그런데 성 내부에는 조화로운듯 조화롭지않은 영국건축양식의 건물들이 있다.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였을때 영국이 세운 건물들이라고 한다. 지금은 독립운동기념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제에 침탈당한 역사를 배운 나는, 박물관을 구경하는 동안 인도인과의 묘한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박물관은 매주 월요일 휴무라고 한다)
레드포트는 꽤나 거대한 면적이다. 안에는 잘 가꾸어진 정원과 다양한 양식의 건축물이 있다. 전국각지의 인도인들이 찾아오는 관광지이고, 가족단위의 관광객들이 많았다. 벤치에 앉아 잔디밭에서 노는 그들을 구경하는 것도 꽤나 재미있는 일이었다
저녁에는 레이져쇼같은 행사도 열리나 보다. 역시나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나는 너무나 피곤하고 더웠기 떄문에 관람은 포기했다
물은 다 메말라 있었다. 수로라고 해야할지 분수라고 해야할지 잘 모르겠는데, 정원 전체에 물이 흘렀던 것만은 분명하다. 뒤로 보이는 영국식 건축물이 미묘한 조화를 이룬다
레드포트를 빠져나와 바로 앞의 큰길을 지나면 현지인들의 시장을 구경할 수 있다. 정말이지 없는 것 빼고 다 있을 법한 시장인데, 60, 70년대 우리나라 시장이 이런 모습이었을까 싶다.
어쨌거나 시장은, 다채로운 볼거리와 어마무시한 불청결을 자랑한다
시장에서 바라본 레드포트의 모습. 내일은 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행 버스를 타야한다. 6시30분 출발이기 때문에 해가 지기전에 숙소로 돌아왔다.